일본 오사카 평야의 도심 한가운데에는 하늘에서 내려다봐야만 그 정체를 알 수 있는 거대한 녹색 섬들이 떠 있습니다. 마치 열쇠 구멍처럼 생긴 이 독특한 구조물들은 공원이나 자연 산이 아닙니다. 바로 3세기 후반부터 6세기에 걸쳐 축조된 고대 일본의 왕과 귀족들의 무덤, ‘고분(Kofun)’입니다. 201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일본 ‘모즈 후루이치 고분군’은 총 49개의 고분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중에는 세계에서 가장 넓은 무덤 중 하나인 닌토쿠 천황릉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고대 동아시아의 정치적 권력과 토목 기술의 정점을 보여주는 이 거대한 타임캡슐의 비밀을 파헤쳐 봅니다.
1. 전방후원분: 하늘을 향한 열쇠 구멍
이 고분군을 대표하는 가장 큰 특징은 독특한 형태입니다. 앞쪽은 네모나고 뒤쪽은 둥근 모양이 합쳐진 형태라 하여 ‘전방후원분(Keyhole-shaped tumuli)’이라 부릅니다. 위에서 보면 완벽한 열쇠 구멍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이 기묘한 디자인은 단순한 장식이 아닙니다. 둥근 부분(후원)에는 관을 안치하고, 네모난 부분(전방)에서는 장례 의식을 치렀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초기에는 둥근 무덤과 네모난 제단이 분리되어 있었으나, 시간이 흐르며 두 공간이 합쳐져 거대한 하나의 구조물이 되었습니다. 이는 일본 고유의 독창적인 양식으로, 당시 야마토 정권의 강력한 권력이 일본 열도에 확립되었음을 시사하는 시각적 증거입니다.
2. 다이센 고분: 피라미드에 필적하는 거인
고분군 중에서도 압도적인 규모를 자랑하는 것이 ‘다이센 고분(닌토쿠 천황릉)’입니다. 무덤의 전체 길이는 486m, 높이는 35m에 달하며, 무덤을 둘러싼 3중 해자까지 포함하면 그 면적은 더욱 방대해집니다. 이는 이집트의 쿠푸왕 피라미드, 중국의 진시황릉과 함께 세계 3대 무덤으로 꼽히기도 합니다.
이 거대한 산을 만들기 위해 하루 2,000명의 인부가 매일 일해도 15년 이상 걸렸을 것이라는 계산이 나옵니다. 산을 깎아 만든 것이 아니라 평지에 흙을 쌓아 올린 인공 산이라는 점에서 당시의 토목 기술 수준이 얼마나 높았는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원래 고분 표면은 숲이 아니라 수백만 개의 깬 돌(즙석)로 포장되어 있어, 햇빛을 받으면 은색으로 빛나는 돌 산이었다고 전해집니다.
2-1. 세계 고대 거석 무덤 비교
다이센 고분의 규모는 동시대 다른 문명의 무덤들과 비교해도 결코 뒤지지 않습니다.
| 명칭 (위치) | 형태 | 규모 특징 |
|---|---|---|
| 다이센 고분 (일본) | 전방후원분 (열쇠 구멍) | 길이 486m. 밑면적으로는 세계 최대급. 평지에 흙을 쌓아 조성. |
| 쿠푸왕 피라미드 (이집트) | 사각뿔 (피라미드) | 높이 146m (현재 138m). 높이로는 세계 최고. 돌을 쌓아 조성. |
| 진시황릉 (중국) | 방형 (사각형) | 지하 궁전과 병마용갱 포함 시 최대 규모. 거대한 흙무덤. |
3. 하니와: 영혼을 지키는 흙 인형
고분에서 출토되는 유물 중 가장 흥미로운 것은 ‘하니와(Haniwa)’입니다. 하니와는 흙을 빚어 구운 토기로, 원통형뿐만 아니라 집, 무기, 동물, 그리고 사람 모양 등 다양한 형태가 있습니다. 이들은 무덤 내부가 아닌 분구의 표면이나 제사 공간에 빽빽하게 세워져 있었습니다.
다이센 고분에만 약 2만 9천 개의 하니와가 세워져 있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들은 무덤의 흙이 무너져 내리는 것을 방지하는 토목적 기능과 함께, 성스러운 무덤의 영역과 속세를 구분하는 영적인 울타리(결계) 역할을 했습니다. 갑옷을 입은 무사, 춤추는 무녀, 말과 배 모양의 하니와들은 문자가 없던 시절의 복식과 생활상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귀중한 역사적 자료입니다.

4. 현재의 의미: 금지된 숲의 보존
현재 모즈·후루이치 고분군의 주요 고분들은 일본 궁내청이 관리하며 ‘황실의 조상 무덤’으로 지정해 일반인의 출입과 학술적 발굴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내부에 어떤 보물이 있는지, 정확히 누가 묻혔는지는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아 있습니다.
인간의 발길이 끊긴 덕분에, 1,600년 전의 인공 구조물은 이제 도심 속의 울창한 원시림이 되었습니다. 해자에는 물새들이 날아들고 숲에는 다양한 생명이 깃들어 살고 있습니다. 권력을 과시하기 위해 만든 거대한 무덤이 이제는 자연의 품으로 돌아가 도시의 허파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은 역설적이면서도 아름다운 광경입니다. 오사카의 하늘길을 지날 때 창밖을 내다보면, 고대인들이 남긴 거대한 열쇠 구멍이 현대인들에게 무언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