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 카라즈 고고유적 (Sacred City of Caral-Supe, Peru) — 잉카보다 4000년 앞선, 아메리카 최초의 도시 문명

수페 계곡(Supe Valley) 위에 위치한 카라즈 유적 전경 및 피라미드 마요르(Piramide Mayor)

페루 수도 리마에서 북쪽으로 약 200km 떨어진 수페 계곡(Supe Valley)에는 인류 문명사에서 놀라운 발견으로 평가받는 고대 도시가 있다. 바로 ‘카라즈(Carál)’이다. 이곳은 약 5000년 전, 피라미드와 원형 광장을 갖춘 복합도시로 번성했으며, 이는 이집트 피라미드보다도 오래된 아메리카 대륙 최초의 도시로 인정받는다. 200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카라즈 고고유적은 ‘문명의 기원’이라는 단어가 어울리는 장소로, 잉카 제국의 찬란한 문화가 시작되기 훨씬 이전부터 존재했던 고도의 사회 시스템을 보여준다.

고대 문명의 시원 — 카라즈의 발견과 역사적 의의

발견과 연구의 시작

카라즈 유적은 1905년 미국 고고학자 맥스 울레에 의해 처음 언급되었으나, 본격적인 발굴은 1990년대 말 페루의 고고학자 루스 샤디(Luz Shady)에 의해 시작되었다. 그녀의 연구팀은 방대한 피라미드형 건축물과 주거지, 제단, 원형 광장 등을 발견하며, 이곳이 단순한 마을이 아닌 ‘조직화된 도시’임을 입증했다. 방사성 탄소 연대 측정 결과, 유적의 연대는 기원전 2600~2000년으로 추정되어, 세계 4대 문명과 비슷한 시기의 고도문명임이 밝혀졌다.

카라즈 문명의 특징

카라즈는 농업과 무역을 기반으로 발전한 도시였다. 계단식 피라미드와 중앙광장은 의식과 정치 활동의 중심이었고, 수로와 저수지를 이용한 관개 시스템도 갖추고 있었다. 주민들은 어업과 목축, 면화 재배를 통해 생활했으며, 인근 해안 지역과 교역을 활발히 이어갔다. 흥미로운 점은, 이들이 도자기나 전쟁 흔적을 남기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는 평화로운 사회 구조 속에서 협력과 교류를 중심으로 문명이 형성되었음을 시사한다.

문명의 중심으로서의 역할

카라즈는 수페 계곡 일대 25개 이상 정착지를 연결하는 중심 도시였다. 주요 건물은 모두 천문학적 방향에 맞춰 배치되어 있으며, 이는 계절 변화와 별의 움직임을 관측해 농경 주기를 관리하기 위한 것이었다. 즉, 카라즈는 종교와 과학, 행정이 결합된 ‘도시국가’의 형태를 최초로 보여준 사례다.

항목내용의의
발견 시기1905년 최초 기록, 1990년대 본격 발굴아메리카 문명 연구의 전환점
연대기원전 2600~2000년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 중 하나
문화적 특징비폭력적 사회, 천문학적 건축평화로운 초기 문명 모델

돌로 세운 도시 — 건축과 예술의 미학

피라미드와 광장 구조

카라즈 유적의 중심에는 여섯 개의 대형 피라미드가 자리한다. 그중 가장 큰 ‘피라미드 마요르(Piramide Mayor)’는 길이 160m, 높이 18m에 달하며, 돌과 흙벽돌로 정교하게 축조되었다. 중앙에는 원형 광장이 있어 종교 의식이나 사회적 모임이 열린 것으로 추정된다. 이 구조는 이후 잉카 제국의 도시 계획과도 유사점을 보인다.

주거지와 사회 구조

피라미드를 둘러싼 주거지는 신분에 따라 구획되어 있었다. 상류층은 중심부에 거주하며 제례나 행정을 담당했고, 일반 시민들은 외곽에서 농업과 공예를 담당했다. 이러한 계층적 구분은 이미 사회적 조직과 정치체계가 존재했음을 보여준다.

음악과 예술의 흔적

카라즈에서는 갈대 피리, 고래뼈로 만든 북 등 다양한 악기가 발견되었다. 이는 음악이 제례와 사회생활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음을 의미한다. 또한 벽면에 남은 기하학적 문양과 직조 유물은 예술 감각과 상징 표현의 발달을 보여준다.

유적 요소특징의미
피라미드계단식 구조, 중앙 광장 배치정교한 사회 조직의 상징
주거지신분별 구획, 석조 기반계층적 사회 구조 증거
악기 유물피리, 북 등음악 중심의 의례 문화

카라즈의 과학과 신앙 — 천문과 제례의 조화

천문학적 정렬

카라즈의 건축물은 태양의 일출과 일몰 방향, 별자리의 위치에 맞춰 세밀하게 배치되었다. 이를 통해 농경 시기를 결정하고, 강우량 변화를 예측했다. 이는 이들이 이미 ‘시간’과 ‘자연 주기’를 과학적으로 이해하고 있었음을 의미한다.

제례 의식과 종교관

카라즈인들은 태양과 불을 신성시했으며, 불을 피우는 제단이 여러 건물 내부에서 발견되었다. 제례는 공동체 결속을 강화하는 역할을 했고, 신과 인간이 조화를 이루는 세계관이 사회를 지탱했다. 이러한 신앙 체계는 훗날 잉카 문명으로 이어진다.

교역과 문화 교류

카라즈는 해안 지역과 내륙 산악지대를 연결하는 무역 중심지였다. 바다에서는 어류와 조개류, 내륙에서는 면화와 농산물이 교환되었다. 이를 통해 물질적 풍요뿐 아니라 문화적 교류도 활발히 이루어졌다.

분야내용의의
천문학건축물의 태양·별 정렬고대 과학의 기원
종교태양과 불의 숭배신과 인간의 조화 사상
경제어업과 농업의 교역자급·교류 기반 사회
제례 의식이 열린 원형 광장(Plaza Circular)과 피라미드 주변의 사막지형

현재의 의미

카라즈 고고유적은 ‘전쟁이 아닌 협력으로 발전한 최초의 문명’이라는 점에서 인류사적으로 큰 의미를 지닌다. 이곳의 피라미드와 광장은 인간이 권력보다 조화를 중시하던 시기의 흔적이며, 문명이 반드시 폭력으로만 확장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오늘날 카라즈는 페루 정부와 유네스코의 보호 아래 복원 사업이 진행 중이며, 고대인의 평화적 세계관을 현대 사회에 다시 일깨우는 상징적 유산으로 평가받는다. 카라즈는 우리에게 묻는다 — “문명의 시작은 경쟁이 아닌 공존이 아니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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