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브루나이 캄퐁 아이르 수상마을 (Kampong Ayer, Brunei Darussalam)
브루나이의 수도 반다르세리베가완(Bandar Seri Begawan) 강변에는 수백 년 동안 물 위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마을, 캄퐁 아이르(Kampong Ayer) 가 있습니다. ‘물의 마을’이라는 뜻을 가진 이곳은 강 위에 세워진 전통 가옥이 40여 개 구역으로 이어져 있으며, 지금도 약 1만 명 이상이 실제로 생활하고 있습니다. 이 수상마을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수상 거주지’로 불리며, 브루나이의 문화·역사적 정체성을 보여주는 대표적 상징입니다. 유네스코 공식 등재는 아니지만, 보존 가치와 희소성 면에서 세계문화유산급으로 평가받습니다.
역사적 배경
캄퐁 아이르의 기원은 약 천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16세기 포르투갈 탐험가 안토니오 피가페타(Antonio Pigafetta) 는 브루나이를 방문한 뒤, 자신의 항해 일지에 이 마을을 “동양의 베네치아(Venice of the East)” 라고 기록했습니다. 당시 캄퐁 아이르는 왕족과 귀족, 상인들이 거주하던 수도의 중심지였으며, 강을 따라 이어진 무역항과 조선소, 시장을 통해 왕국의 경제와 문화를 이끌었습니다. 이후 식민지 시대를 거치면서 많은 주민이 육지로 이동했지만, 여전히 수상가옥에 남아 전통을 이어가는 공동체가 존재합니다.
주요 건축적 특징
수상가옥의 구조와 생활 방식
캄퐁 아이르의 가옥은 목재, 대나무, 야자수 잎 등 지역 재료를 활용해 만들어졌습니다. 집들은 강 위에 박힌 나무 기둥(pillar) 위에 세워져 있고, 좁은 통로 다리와 보트가 주민들의 일상적인 이동수단입니다. 최근에는 일부 가옥에 전기와 상하수도, 인터넷이 도입되어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수상 도시” 로 진화했습니다. 주택뿐 아니라 학교, 모스크, 상점, 경찰서까지 모두 물 위에 자리하고 있어, 도시 전체가 강 위에 떠 있는 하나의 생활 공간을 형성합니다.
사회적 공간과 공동체 구조
캄퐁 아이르는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살아 있는 마을입니다. 보트택시가 대중교통 역할을 하며, 어린이들은 수상학교에서 수업을 듣고, 주민들은 수공업이나 어업, 전통 음식을 판매하며 생계를 이어갑니다. 특히 금요일 예배 시간이 되면 마을 중심부의 수상 모스크(Sultan Sharif Ali Mosque) 로 주민들이 모여드는 풍경은 브루나이의 이슬람 문화와 공동체 정신을 보여주는 장면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문화적 가치와 변화의 흐름
캄퐁 아이르는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오래된 수상 정착지 중 하나로, 자연환경과 인간의 적응 관계를 연구하는 중요한 사례입니다. 기후 변화나 홍수 위험에 대응하기 위해, 오랜 세월 주민들은 수위 변화에 맞춘 기둥 높이 조절 기술을 발전시켜 왔습니다. 또한 마을의 목조 건축 양식은 전통 말레이 공예기법과 이슬람 장식미가 결합되어 있어, 말레이 문화권의 미적 전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20세기 중반 이후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일부 주민이 육지형 아파트로 이주했고, 전통 건축을 유지하기 위한 후계자 부족이 새로운 문제로 떠올랐습니다. 브루나이 정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캄퐁 아이르 보존 프로젝트(Kampong Ayer Heritage Project)’ 를 시행하고, 수상박물관과 관광센터를 설립해 지역 역사와 문화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보존 현황과 도전 과제
캄퐁 아이르는 현재 약 1,300채 이상의 수상가옥이 남아 있지만, 구조물 노후화와 수질 오염, 화재 위험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습니다. 특히 강 하류의 쓰레기 유입과 하수 배출 문제는 주민 건강과 관광 이미지 모두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정부는 목조 가옥 보수 지원금과 환경정화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주민이 직접 관리에 참여하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또한 관광객 증가에 따라 문화적 진정성(Authenticity) 을 지키기 위한 규제가 강화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무단 드론 촬영이나 사생활 침해성 사진 촬영이 제한됩니다.
방문 정보와 여행 팁
캄퐁 아이르는 반다르세리베가완 중심가에서 매우 가깝습니다. 시내 선착장에서 보트택시를 이용하면 단 5분 만에 마을로 진입할 수 있으며, 현지 가이드 투어를 통해 전통가옥 내부를 견학할 수도 있습니다. 보통 1시간 정도의 보트 투어 코스로 구성되며, 주요 코스에는 전통 수공예 시연장, 수상학교, 모스크, 전통 가정식 체험이 포함됩니다. 입장료는 무료지만, 개인 방문 시 주민의 허락을 구해야 하며, 문화적 예절을 지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최적 방문 시기는 비가 적은 11월부터 3월까지의 건기이며, 강 위라 기온이 높고 햇빛이 강하므로 모자와 선크림을 준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촬영 시에는 주민을 배경으로 찍기 전 반드시 동의를 구해야 하며, 보트 이동 중에는 구명조끼 착용이 필수입니다.

현재의 의미
오늘날 캄퐁 아이르는 단순한 전통 마을이 아니라, 브루나이 국민의 정체성과 생활 철학을 상징하는 문화유산입니다. 물 위에서 세대를 이어 살아온 사람들의 지혜, 공동체 중심의 삶, 자연과의 공존 정신은 현대 사회에도 중요한 메시지를 던집니다. 비록 유네스코 등재는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브루나이는 이 마을을 자국의 문화유산 핵심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으며, 세계 여러 나라의 연구자와 여행자들이 ‘살아 있는 수상문명’의 마지막 현장으로 이곳을 찾고 있습니다.
캄퐁 아이르는 지금도 조용히 흐르는 강 위에서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며, 브루나이의 역사와 삶이 이어지는 ‘물 위의 도시’ 로 존재하고 있습니다.